도시 생활자가 처음 만난 촌

#도시생활자 #도시속자연 #다음챕터의삶


안녕하세요 지훈님! 만나서 반가워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거의 평생을 서울에서 보낸 도시 생활자 김지훈입니다. 회계사로 일한지 10년 정도 되었어요. 사실 팜프라를 알게 되고 팜프라촌에 입주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에요. 3년 전에 친구를 따라 팜프라에 놀러온 적이 있었고, 이번 프로그램도 친구와 함께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입주 첫 날에 봤던 영화 ‘파밍보이즈’에서 세 청년이 모여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 뭐해야되냐?” 저도 군대를 전역하고 20대 중반에 딱 그런 마음이었어요. ‘난 뭘하지?’ 진지하게 생각 해본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많이 선택하는 길 중 하나를 가야겠다 마음 먹었고, 그나마 전문직이 되면 이후에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회계사가 되었습니다. 저도 제가 사실 이 직업을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는데 다행히도 일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삶을 서울에서 보내셨다고 했는데, 도시에서의 삶은 만족스러운 편인가요?

저는 도시를 되게 좋아해요.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사가 긴 도시 중 하나이기도 하고, 많은 이야기가 레이어되어있는 곳이잖아요. 조선시대부터 근대, 현대까지 문화나 역사가 다층적으로 쌓여있는 곳이라 그런 부분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또 너무나 당연하게도 우리나라에서 문화적 인프라가 가장 좋은 도시이기 때문에, 미술관, 영화관,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저는 이 생활을 좋아합니다. 그치만 도시생활의 단점과 피곤함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고 리프레쉬하고 싶은 마음이 늘 한켠에 있었어요. 가끔은 한적한 곳에서 도시생활을 잠시 내려놓고 싶다는 마음?



도시에서 잠시 벗어난 지훈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특별히 정해둔 건 없지만, 평소에 이것 저것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이 곳에 입주하면서 평소에도 잘 쓰는 쌍안경을 가져왔는데, 팜프라촌 바로 앞에 두모천이 있잖아요. 두모천에 사는 물고기도 이걸로 되게 잘 보이더라구요. 새들도요!


와 너무 좋은 아이템이에요!! 그럼 도시에서는 어떤것들을 관찰하시나요?

제가 지금 서울의 산 중턱에 살고 있어요. 산에서 새 관찰을 하고 있습니다.


아 그럼 서울에서도 조금의 자연이 함께 있는 곳에 살고 계시네요! 도시의 편의성과 촌의 자연 사이, 그런 밸런스가 중요하신가봐요.

네 서울치고는 자연이 가까이 있는, 그런 곳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집을 구할 때도 산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어요. 서울의 부암동도 알아봤었고, 창문을 열면 완전 초록인 곳을 원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도시생활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완전 콘크리트 숲속에서만 살고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거든요.


팜프라촌에서의 일주일 중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나요?

프로그램이 있지만, 되게 나이브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나이브함이 저는 어색하지만 좋아요. 특정 순간이 기억날 것 같다기 보다는 쳇바퀴 굴러가듯 흐르는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게으름을 즐길 수 있었던 시간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팜프라촌에서 입주민들과 함께한 경험은 어땠나요?

저는 공동체 생활을 경험 해 본 적이 거의 없어요. 원래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 도시는 더 개인주의적이잖아요. 그런 부분이 저와 도시가 잘 맞는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고, (MBTI도 I이고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기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아요. 그치만 이곳에서의 경험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팜프라촌은 백그라운드가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흥미로운 공간이잖아요. 다양한 경험들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았어요.


맞아요. 우리가 일을 하다보면 특정 분야의 사람들만 만나게 되어서 인간관계가 좁아지는 느낌도 들잖아요.

네 저도 평소에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의 80%가 회계사예요.


작은집 코부기에서 지낸 경험은 어땠나요? 특별히 좋은 점이나 불편한 점이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생활 자체의 불편함은 전혀 없었어요. 집이 일단 예쁘고, 도시 생활자의 습성을 버리지 못해서 처음 딱 방에 들어왔을 때 들었던 생각은 ‘아 여기서 재택하면 되게 좋겠다’ 였어요.


첫 날 입주 후에 사무장님이랑 마을투어도 했고, 오며가며 마을 분들도 만나셨을텐데 마을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은 어떠셨어요?

되게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그냥 여행으로 왔으면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 할 경험이 없었겠죠. 두모의 겉모습만 보고 사진 찍고 돌아갔을텐데, 마을분들이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이 마을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종종 말을 걸어주셨는데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한테 말 잘 안걸잖아요.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시고, 팜프라촌에 왔다고하면 더 반갑게 맞아주시기도 했어요.


팜프라촌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요?

게으름이 허용된다는 것



지훈님에게 ‘촌라이프’란?

사실 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저희 아버지가 전라도의 작은 섬에서 태어나셨고, 중학교 때부터 도시생활을 하셨어요. 그리곤 서울에서 거의 40년을 넘게 계시다가 은퇴하시고 다시 시골로 돌아가셨어요. 저는 사실 아직 이해가 잘 안돼요. 인생의 2/3 이상을 서울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신 이유요. 단순히 도시의 편의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인생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산 사람이, 굳이 왜 그 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지. 그게 어떤 마음인지 알고싶어요. 그래서 저에게 촌라이프는 아직 ‘미지의 세계’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팜프라촌을 추천하고 싶나요?

서울의 사무직 노동자들 있잖아요. 매일 아침 정시에 출근해서 정시에 퇴근하고, 2-3시간씩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는 전형적인 사무직 노동자들이요. 그런 사람들이 오면 좋겠어요. 아까 제가 했던 말과 연결되는데, 제가 20대 중반에 내가 뭘 해야할지 잘 몰랐었다고 했잖아요. 저는 인생의 선택지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게 회계사 공부, 대기업 취업 뿐이었으니까 농사짓기, 목수되기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삶이 있다는 걸 이 안에서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