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것들만 남겨둔 삶

#프리랜서 #주거자립 #작은집


안녕하세요 지은님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거제에서 온 공지은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계속 타지에서 지내다가 3년 전 쯤에 다시 거제로 내려왔어요. 프리랜서로 디자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포스터나 책자의 삽화를 그리는 일도 주로 하고, 기획 일도 조금씩 시작했는데, 거제에서 다양한 분들과 연결이 되어서 이번 달은 청소년 축제 준비를 하고 있어요.



되게 다양한 일들을 하고 계시네요!

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일의 경계를 두지 않고 해보는 편인 것 같아요. 사실 전공이 수학 교육이어서 이전에는 학교에서 수학 교사로 꽤 오래 일을 했어요. 다양한 일을 하기 시작한 건 제가 제주에서 한 5년 정도 지낸 적이 있는데 그 때 다양한 일들을 접하면서 지금의 기반을 마련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기간제 근로를 했는데 오롯하게 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해서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업로드 해왔는데, 그 콘텐츠를 통해 연결된 일들이 흔적이 되어 또 그걸 통해서 다른 일들이 연결되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용기였을 것 같아요.

프리랜서로 활동한지는 4-5년 정도 되었는데 직장을 다닐 때는 ‘불안하지 않았나?’ 생각해보면 또 그건 아니더라구요. 저는 새롭게 도전하는 것도 용기지만 무언가를 지속하는 것도 꽤나 용기인 것 같아요.


지은님은 귀촌에 대한 마음이 있으신가요?

저는 서울, 울산을 제외하고는 계속 작은 동네에서 지냈어요. 지금 살고 있는 곳도 거제의 작은 어촌 마을이구요. 저는 사실 귀촌보다는 ‘농사’와 ‘주거자립’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있어서 팜프라촌에 왔어요. 농사는 아니지만 텃밭을 가꿔본 적이 있는데 제가 꿈꾸는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떤 기술들이 필요할 지 나열해봤을 때 결국 ‘의,식,주’ 이더라구요. ‘의’는 소비에 관련된 부분이라 사실 오랜 기간에 걸쳐서 저한테 조금 맞게 많이 줄인 편이에요. ‘식’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제가 거의 요리를 해서 먹는 편인데, 그럼 식재료를 어떻게 어디서 저렴하게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비용을 줄이려면 어떤 일정 부분은 내가 스스로 해결을 해야겠구나 하는 관점에서 농사에 관심이 있어요. 그리고 ‘주’는 계속 제가 지역을 옮겨다니면서 살고 있기는 하나,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던 차에 팜프라촌을 알게 되어 오게 되었어요.


팜프라촌에 와서 ‘주거 자립’에 대한 고민이 생기신걸까요?

네, 뚜렷하게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당분간 고민을해볼 만한 키워드가 된 것 같아요.



팜프라촌에서의 하루들은 어떠셨나요?

작업은 계속 있지만, 급하게 해줘야하는 일들은 없어서 이번주는 다행히 일은 하지 않았어요. 아침 먹고 치우고, 점심 먹고 치우고, 저녁 먹고 치우고, 먹는 게 일이에요. 거기에 온 집중력을 다 쓴 것 같아요.


다른 입주민 분들과 함께 지내시는 건 어땠나요?

제가 낯을 조금 가리는 편이기도 해서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지만, 룸메이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친구가 식물 관련 일을 했고, 또 제가 관심있는 농사를 전업으로 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서 질문을 많이 했어요.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나중에 내가 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뭐라도 물어볼 수 있는 사람 하나가 생긴 것 같아요.


‘주거 자립’의 이야기를 담은 코부기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우셨나요?

저는 사실 팜프라촌을 짓는 일에 정말 참여하고 싶었어요. 집 짓는 프로세스가 궁금했고, 어떻게 지어질지 어떤 과정을 거칠지 고민과 상상을 꽤 많이 했어요. 그래서 올해 초에 ‘헬퍼’를 모집 하셨을 때도 너무 오고 싶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서 아쉬웠거든요. 그치만 다 지어진 팜프라촌의 모습이라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정말 제가 딱 원하는 집의 모습인 것 같아서 신기해요. 본채와 별채가 있는 것도 좋고 저도 나중에 집을 짓는다면 ‘이 공간은 수납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이런 인사이트 같은 것들도 얻었어요.



지은님에게 ‘촌라이프’는 어떤 의미일까요?

저에게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겨둔 삶인 것 같아요. 도시에서는 되게 많은 것들을 니루고 사는데 그것들이 정말 나한테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고민할 기회나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늘 ‘의식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데, 촌라이프는 저한테 딱 그런 의미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제가 다양한 지역을 경험하면 지리적으로 제가 원하는 부분은 조금 분명해졌어요. 걸어갈 수 있는 곳에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하는 것들이요. 그런 곳들을 선택해서 살고 있는데, ‘주거’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교적 덜 고민했던 것 같아서 조금은 매만져야 할 것 같아요. 집을 사거나 짓는다면 어느 정도는 오랜 기간 사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일지, 아니면 집을 짓는 기술이 있다면 지금처럼 얼마든지 옮겨 다니며 살 수도 있는건지 그런 고민이 들어요. 저 스스로 많은 질문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